자유기고가 허지웅 [ozzyz]
블로그가 각광이다. 다수의 언론사와 포털 사이트들이 앞 다투어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했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블로그를 만들고 꾸미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개인 명함 속에서도 이메일 주소 밑에 블로그 주소를 기입해놓은 것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자연 '블로그란 이러이러해야만 한다.' 라는 식의 목적론도 제기되고, 일각에서는 그런 주장의 당위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기존의 커뮤니티나 개인 홈페이지 개념과는 달리, RSS 시스템을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폭 넓게 공개되는 블로그의 특수성을 감안해보면 이를 둘러싼 잡음과 담론들의 등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격식이 내용보다 넘쳤을 때 늘 겪었던 오류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블로그는 좀 더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시기적절한 껍데기의 출현에 감사할망정, 블로그라는 외투의 표면에만 머물러있는 본말전도의 실수는 다른 데 유용하게 쓰였을 전투력의 불필요한 낭비로 밖에 볼 수 없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매체의 종류에 관계없이 언제나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차고 넘칠 글과 사진, 바로 자신의 언어이다.
(그것이 문자이든, 그림이든, 혹은 음악이든 간에 관계없이) '나의 언어'를 가진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럽고 또한 자랑스러운 일이다. 흔히들 몰개성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 언어만큼은 이 땅위의 어느 누구에게서도 발견할 수 없는 고유한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특수성이 단순히 스스로를 드러내는 커밍아웃의 기재로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의 균열을 회의하고 반성할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타의에 의한 혹은 가르침에 따른 것이 아닌, 올바른 삶을 향한 내부의 꾸짖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번 기록된 나의 언어들은 대기 중을 부유하다 사라지는 일 없이 주위를 맴돌며 행동과 말을 감시하고 타이른다.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이른바 '올바른 삶'을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상식에 기반을 둔 삶' 이란 어떠한가. 당신의 언어가 상식을 사랑했다면, 그 언어가 앞으로의 삶을 상식에 어긋남이 없이 돌보아줄 것이다. 자신의 언어에 위배된 삶이란 얼마나 창피하고 쪽 팔린 것이던가. 그다지 길지도 않은 인생, 쪽 팔리게 살아선 안 되잖아. 타자의 압력에 의한 계몽이 아닌 신념에서 비롯되는 자기반성과 검열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삶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를 형성하는데 있어 매우 긍정적인 방법론이다.
처음에는 자의식에서 사소하게 발생되었던 나의 언어가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나아가 내 미래를 감시한다는 인식의 확장은 흡사 마법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공공연하게 실현되는 과학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지금 이 시간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의 언어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이다. 내가 블로그에 적은 내용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규정짓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실로 많은 것들이 시작되고, 또한 결정된다. 블로그라는 문명의 이기가 사라지고 그 위로 몇 번의 껍데기들이 더 겹쳐지더라도, 그 언어만큼은 끝까지 살아남아 당신을 지켜볼 것이다. 블로그보다 더 중요한 것, 그것은 그 안에 담겨질 당신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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