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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장님’이 되었다 

자유기고가 박세라 (style1234@paran.com)

His Story...

친구녀석이 창업을 했다. 직장생활 칠 년만에, 모든 직딩의 꿈인 ‘사장님’ 타이틀을 걸게 된 것이다. 업종도 뽀대가 잘잘 흐르는 바(bar)! 기껏해야 (라고 말하지만 사실 보통 직딩은 꿈도 못 꾸는 거액의 보증금과 권리금이 필요한) 치킨집이나 토스트 코너를 열 줄 알았는데 말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음악하고 그림이 있는 바를 차리겠다’고 공언해 온 그가 드디어 꿈을 이루다니,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의 바를 방문한 건 오픈 후 며칠이 지나서였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이 풍겨온다. 그의 취향에 잘 어울리는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로 차분하게 인테리어 된 실내에 배경음악은 그가 좋아하는 애시드 재즈, 정말 ‘잘 나가는’ 바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벽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려한 그림이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그가 손수 찍은 분위기 있는 흑백사진도 걸려 있다. 거기다 손님들도 제법 많이 들었다. 오픈한 지 며칠 안되었건만 벌써 단골손님도 몇 되는 것 같다. 이거, 제법인데?
그나저나 여러분도 내 친구의 바에 한번 들러 보셨으면 좋겠다. 주소를 알려드리자니 괜히 직접광고가 될까봐 말씀은 못드리겠지만, 대략 위치를 설명해 드릴 테니 오며가며 한 번씩 들러 봐 주시면 초보 사장한테 큰 격려가 될 거다. 음, 위치가 어디냐고? 거기가, 그러니까, ‘이글루스’라는 데다. ‘이글루스’ 가면 고만고만한 바들이 모여 있는데, 엊그저께 오픈한 제일 잘 나가는 바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거기 사람들이 다 안다고 한다.

My Story...

블로깅은 나한테 그런 거였다. 술 한잔 걸치고 나면 늘 나오는 가락인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바 차린다’, ‘내가 지금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지만, 돈 많이 벌면 출판사 차려서 내가 만들고 싶은 책 만든다’던 취중의 각오를 현실로 만들어 준 수단이었다.
나와 뜻이 맞는 사람과 무릎을 맞대고 앉아 차와 술을 나누고, 혹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도 상관 없이 으싸으싸 추진해 볼 수 있는 여유, 그러니까 인사동이나 홍대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찻집이나 술집같은, 그런 ‘우리만의 공간’을 갖고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돈이 웬수고 시간이 웬수고 밥벌어먹고 살 호구지책이 웬수라 그렇지, 로또만 터지면 안 그러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이 말씀이다.
일상이 답답해 죽겠는 분들, 꿈만 꾸는 분들. 이제 로또에 헛돈 들이지 마시라. 친구가 없어 골방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로 살아가는 청년들이여, 귀찮게 방 밖으로 나오지 말고 (번거롭게시리 목욕하고 이발하고 그런 거 없다!) 컴퓨터를 켜라. 그리고 당신만의 공간을 만들라. 열심히 갈고 닦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록 좋은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는 곳, 당신만의 블로그 스페이스를 만들어 보라.
내가 해 보니까 이거 진짜 재미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이걸 통해 오래도록 갈 귀한 친구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운이 조금 더 좋으면 이걸로 밥벌이 할 건수가 생기기도 한다. 어떤가, 엄청 괜찮은 일 아닌가?

박세라님 블로그 바로가기
by 블로그 | 2005/05/02 14:55 | 블로그 에세이 | 트랙백(3) | 덧글(15)
Tracked from splim의 작은 서랍.. at 2005/05/06 23:24

제목 : 디지털 히키코모리 (Digital ひきこもり)
trackbacked from : http://www.likejazz.com/tb/?articleID=NTY3, http://blogessay.egloos.com/tb/1269470 디지털 히키코모리(Digital ひきこもり)는 탈사회적이고 고립적인 인간소외 현상이 디지털 공간에서 더더욱 가속화되어 등장한 부류이다. 한때 일본 사회에 만연하던 히키코모리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끊은 채 방안에 틀어박혀 세월을 보내는 상태) 현상이 디지털 공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현실공간에서의 자신의 실......more

Tracked from 블로그 에세이 at 2005/07/04 14:14

제목 : 가짜 사장의 술집 만담
IT 개발자 가짜집시 #1 그러니까, 나도 그 사장님 소리 한 번 들어보겠다고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이 동네 후미진 골목 어귀에 바를 차린지도 어언 일년 하고도 반이 흘렀다. 딴에는 개성이라고 내부 조명을 암실 수준으로 어둡게 해놓고는 시커먼 간판까지 달아두었더니, (사실은, 멋진 인테리어를 차려놓을 돈이 없었던 것 뿐이지만) 꼭 고만고만하게 칙칙한 인생들 외에는 별로 찾는 사람이 없는, 그런 가게다. 물론 여느 가게나 별로 다를 바 없이 가끔 흘러간 옛날 노래로 가게 안이 가득 차기도 한다. 비오는 오후, 인적이 ......more

Tracked from 빈틈, 질투, 죄의식... at 2005/08/31 21:19

제목 : 오.. 맘에 드는 글..
그는 ‘사장님’이 되었다 저도 한때는 저렇게 내 맘에 드는 멋진 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더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데 정신팔려가며 하고싶은 일을 뒤로 미룬채, 그저 즐기는 것만 찾고 있네요. 가든에 있는 자유적금 통장으로 500만원 만들자.. 이 글도 마음에 들고요. 하고싶으것사고샆은것즐기고싶은것 많지만.. 먼저 해야하는 것은 무엇일지. ...more

Commented by j at 2005/05/02 16:32
ㅇ ㅏㅆ ㅏ~~~
Commented by 修身齊家萬事成 at 2005/05/02 17:48
인테리어 설명 보면서 포스트잇을 꺼냈습니다. 위치를 적어두려고요. ㅠ.ㅠ
Commented by RaynineHyce at 2005/05/02 21:50
2주가 꽤 길어져 4주 정도.. 되었네요. 에세이 말이죠. 음.
Commented by 잠곰 at 2005/05/03 01:19
- 지미군: 좋아? -_-

- 만사성님: 저의 '낚시질'에 걸리셨군요. 훗훗 :)

- 레이님: 좀 늦어졌죠? 그래도 어쨌든 up!
Commented by 프냐리 at 2005/05/03 04:59
무..무섭다;ㅁ;
완전 넘어갔다orz
대단해요.
Commented by 오르프네 at 2005/05/03 05:29
한사람의 이글루를 바로 표현하시다니.......멋지시군요.
BAR경영을 하는게...제 꿈인데 이런식으로 표현하시니 꽤 재미있네요.
Commented by 잠곰 at 2005/05/03 14:19
- 프냐리님: 님도 저의 '낚시질' 에.. (생긋)

- 오르프네님: 글쎄, 이글루스를 가만히 돌아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
Commented by bbhood at 2005/05/03 17:14
덥썩~ 덥썩~ 덥썩~
Commented by 졸리 at 2005/05/03 20:23
아하. 정말 맛나는 글이로군요. 덥썩~ 덥썩~ ^^
Commented by 잠곰 at 2005/05/03 20:26
- 비비후드님: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 졸리님: 어머, 개껍데기 슈트! (크하핫 =ㅗ=)
Commented by punksoda at 2005/05/05 01:19
위치 설명 부분에서 잠깐 "홍대에 있음 한번 가볼까?" 생각했다는...
Commented by 유얼 at 2005/05/05 12:59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
Commented by 잠곰 at 2005/05/05 13:53
- 펑크님: 오.. 저 '낚시동호회'나 하나 만들까봐요. 낚시질이 재미있어졌어욧 *_*

- 얼님: 후훗~ (흐뭇흐뭇-)
Commented by 감자이모 at 2005/05/06 00:26
여기서 뵈니 또 더더욱 반갑네요.
저도 걸려버렸습니다요.
Commented by 잠곰 at 2005/05/07 09:02
- 이모님: 아유, 반갑습니다 :) 이렇게 뵈니까 또 새로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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