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우[mirugi] (만화칼럼니스트, 코믹팝엔터테인먼트 대표)
■「드라이버가 머신을 멈추는 것은, 체커플래그가 내려진 후다」, 미래의 레이싱을 다룬 애니메이션 『퓨처 그랑프리 사이버 포뮬러』에 등장하는 나이트 슈마하의 유명한 대사다. 내가 PC통신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 글을 쓰기 시작한지 10년 이상이 지났다. 아마 많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온라인에 글을 쓰는 것은 이미 일상화되었다. 그런 내가 네트워크 상에서 글쓰기를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마도,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말 그대로 더 이상 '타이핑을 할 수 없게 된 후'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더 이상 생존해 있지 않은 때가 될 수도 있겠다.
■블로그를 상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 듯 하다. 개인의 일기, 잡담의 공간, 혹은 소위 말하는 1인미디어, 아니면 각종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어떤 곳은 가장 친한 가족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공간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은 블로그라도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그런 개인적 프라이버시가 만연된 블로그를 볼 때 평소부터 한 가지 궁금했던 것이 있다. 과연 이 사람은 '본의 아니게 블로깅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때'가 오면, 어떻게 할 작정인 것일까?
■누구에게나,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내일 삭제하려고 했던 글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영원히 삭제할 수 없게 되는 일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자신의 블로그는 지금 그 상태 그대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개인 사이트라면 계정의 기한이 종료될 때까지, 특정한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그 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할 때까지……. 그렇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로 자신의 블로그가 자신의 통제에서 '영원히' 벗어나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나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즉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자 한다면, 특정한 날을 정해놓고 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항상'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그런 걱정과는 별도로, 자신의 블로그를 과연 언제까지 공개해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한 번쯤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나는 블로그를 왜 시작했고, 어떻게 사용하고 있으며, 언제 그만둘 것인가. 5년 후, 10년 후? 혹은 50년쯤 후? 아직은 블로거의 다수가 10대에서 30대 정도의 젊은 세대가 위주인 관계로, 본인의 자식보다는 부모가 자신의 블로그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많은 듯 하다. 하지만 자신의 블로그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게 될 시기, 대개의 블로거들에게는 '몇십 년 후'에 찾아올 그 미래에는, 부모가 아니라 자식, 혹은 손자 손녀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100년쯤 후의 후손들은, 자기 선조가 어떤 일을 했는지 역사서가 아니라 인터넷에 남아 있는 페이지를 통해서 배우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를 알기 위해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의 성명을 검색엔진에 넣어보게 될 것이다. 적당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서서히 사라져갈 '과거'가, 퇴색하지 않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혹은 모든 정보가 원형 그대로 영원히 보존되진 못한다 해도, 어쨌거나 각 블로그가 그 블로그를 만들고 있는 주인보다 더 오래 남게 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상에 발표한 글은 '살아 있다'. 남이 볼 수 있는 공간에 한 번 발표한 글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결코 많지 않은 한국어가 지닌 언어로서의 제약을 넘어, 웹 번역기를 통해 외국인들까지도 한국어 웹페이지를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보여지는 경우, 혹은 가볍게 쓴 글이 원하지 않을 만큼 많은 대중의 눈에 띄어 곤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그것이, 더 이상 자신이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히게 된다면? 'mirugi'라는 닉네임으로 내가 쓴 글이, 내가 사라진 후에 영원히 수정도 삭제도 할 수 없는 채 수십 수백 년간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면? 물론 그런 것까지 매번 심각하게 고민하다 보면 아무 글도 쓸 수 없겠지만, 어쨌든 나중에 지우고 싶어질 글은 아예 처음부터 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포스트 하나, 덧글 하나를 쓰더라도, 최종적으로 '글 올리기'를 클릭하기 전에 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한 번 더 생각하며 글을 쓰는 습관'이 대중화된다면, 인터넷 문화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블로그의 끝[Blog's End].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이기를 통해 인간 사회는 이미 많은 변화를 겪었다. 블로그는 그 와중에 새롭게 등장한 도구다. 블로그란 도구는, 거기에 글을 쓰는 사람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공개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자신의 블로그가 앞으로 필연적으로 겪게 될 '끝'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로봇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인물 샤아 아즈나블도 말했듯, 「젊기 때문에 저지른 실수」는 누구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
■(추신1 : 아직은 새로운 매체인 '블로그'에 대해 의뢰받은 글에서, 하필이면 그 '끝'부터 말한다는 것에 약간 저항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PC통신이 한국에서 시작된지 20년이 되어가는 지금,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분명히 '끝'의 모습은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다.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는 법. 이제 막 시작되는 매체인 블로그이니만큼, 그 끝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써봤다.)
■(추신2 : 제목은 아서 C. 클라크의 1953년작 SF소설 『유년기의 끝[Childhood's End]』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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