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FF 한국어판 편집팀장 bikbloger
부산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고등학교 동창의 아버님 상 때문에 우리들은 하나둘씩 부산으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자주 만나는 녀석은 물론 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 보는 녀석과 함께 밤새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다. 명함을 주고받고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 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싸이 주소 좀 알려줘’
‘아. 난 싸이는 없고 블로그가 있어 주소는...’
‘블로그? 너 일기도 쓰냐?’
‘내일 모레’면 삼십대 중반이 되는 나이들이니 싸이월드를 하는 친구들도 그리 많지 않고, 그 중 블로그를 가진 친구는 더더욱 없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블로그는 일기와 비슷한 개념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방학동안의 일기를 이틀에 몰아 쓰는 기염을 토했던 초등학생 시절의 내 모습이 남아있는 친구에게, ‘자발적 일상기록’의 모습은 매칭이 좋지 않아 거북한 소리를 내는 앰프와 스피커 같았을 것이다. 일기라는 것이 하루하루 일상의 다양성과 감성을 기록하는 공간이며 블로그는 온라인 상의 일기장이란 개념으로 한정짓는 다면 내가 운영하는 것은 블로그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이 된다.
하지만 나는 개인의 일상 기록이 아닌 세계 곳곳에서 일상다반사로 쏟아지는 신제품과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블로거다. 매우 한정되어 있으며 편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주변에서는 ‘왜 네 블로그는 기계와 제품에 관한 이야기가 밖에 없냐’는 질문을 한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포스팅을 하거나 내면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인터넷상에 쏟아놓는 블로거도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워낙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라 내가 올려놓은 내면의 이야기를 얼마 후 다시 보았을 때는 참으로 민망하다. 그래서 시시각각 변하는 기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쉽게 변하지 않는, 또 다른 어떤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된다.
또한 그 가치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밥을 벌어 먹고사는 ‘필드’에 한정되어 있다. 굳이 ‘한 우물을 파라’라는 옛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 필드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많은 기계와 제품들이 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 그것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 내 블로깅의 첫 번째 이유다.
블로깅의 두 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업무 DB(Data Base)의 역할을 한다.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공간에서 찾게되는 신제품 정보, 해외 어느 블로그의 포스팅 속의 제품 등 나중에 내 필드에서 사용할 일이 있을만한 것들을 베짱이(여기서 개미가 아닌 이유는 매일매일 부지런히 모아놓지는 못하기 때문)처럼 모아두는 것이다. 이렇게 자료 아닌 자료가 하나둘씩 모이게 되면 그때부터는 1인 미디어가 되는 것일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뽐뿌inside의 자료는 절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미디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내 블로그는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좋은○○’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에세이를 묶어 놓은 잡지와 비슷하다.
두 번째 이유에 부가적으로 생기는 것도 있다. 블로그 덕분에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 후 연락이 끊겼던 동창과 동기 몇 명과 연락이 되었고, 현재 직장에 들어오며 그만두게 되었지만, 인터넷 매체 한곳과 오프라인 잡지 두 곳에 글을 써서 힘든 백수 생활을 통과할 금전적인 힘을 얻기도 했으며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곳의 입사 역시 블로그를 통해 얻어진 소득이다.
세 번째 이유는 블로그 중독(지금은 치유되었지만)이다. ‘도(道)가 백이면 마(魔)가 백’이라는 말처럼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블로깅이지만 때로는 더 큰 단점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은 접속자 통계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한때는 통계페이지를 띄워놓고 10분에 한번씩 F5를 눌러가며 늘어가는 숫자에 집착했던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사실 그때가 블로거로는 성실하달 수 있는 ‘1일 1포스팅’ 원칙을 지키며 약간의 ‘포스팅 강박’까지도 가졌던 시절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달력에는 ‘빵꾸’가 났고, 불의의 사고가 겹쳐 일주일 정도 포스팅을 하지 못한 적이 있는데도 접속자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즉, 새로운 포스팅이 없어도 누군가는 꾸준히 내 블로그를 방문해 주었던 것이다(이 자리를 빌어 꾸준히 뽐뿌 inside를 찾아주셨던, 그리고 찾아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를 드린다).
포스팅에 대한 강박이 없어지고 나니 이것은 꼭 올려야겠다는 것도 없어졌고 훨씬 편하게 블로그를 대하게 되니 블로그의 매력이 보였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 공간에 찾아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때로는 한 의견으로부터 논쟁이 시작되기도 한다. 물론, 블로그 중에는 이런 논쟁 때문에 정글이 되어버린 곳도 있지만 다행이 이곳은 전파와 신호가 흐르는 조용한 공원이다. 나는 이 공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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