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kyle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만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죠. 웹 위에서 닉네임으로 존재하는 우리들은 모두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는 블로그를 통해 전달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벽을 향해 혼잣말하지 않고, 블로그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블로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와 블로거라는 단어는 어느새 매우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으며 모두가 이 용어에 대해 익숙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블로그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죠. 블로그라는 도구는 어렴풋한 형태로 우리에게 인식은 되지만 그 실체를 파고들면 몇 가지 키워드로는 정의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세계이며 문화이자 현상이니까요.
그럼에도 다시 어려운 질문을 던져봅니다. 블로그란 무엇일까요? 현재까지는 우리가 블로그라고 규정하고 있는 웹 공간의 일부 특징을 기술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블로그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 경우 수많은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각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법과 타인의 블로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담고 있는 내용은 천지차이이지요. 어떤 소재와 주제에 대해 글을 쓴들, 어떤 방식으로 표현한들 그건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또 생길 수 있습니다. 내용 즉 컨텐츠 면에서 블로그가 기존에 존재했었던 홈페이지와 다른 게 무엇이냐는 것이죠. html로 만든 홈페이지든, 1인 커뮤니티이든 개인이 채워나가는 내용은 같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담는 그릇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블로그라는 그릇이 어떻게 내용에 영향을 끼칠까요? 블로그의 모습, 형식은 여러분께도 익숙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열린 게시판 구조로 컨텐츠가 전면에 보이는 공간이지요. 검색이 용이하며 rss 등록을 통해 기존의 링크보다 더 쉽게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고 즉각적인 반응 또한 가능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굳이 블로거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블로그라는 그릇의 특징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검색엔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해당 사이트(블로그)의 컨텐츠는 열람 가능하니까요.
또한 덧 글과 트랙백 기능은 단순 반응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을 좀 더 참여적이고 건설적인 반응으로 유도하게끔 만듭니다. 특히 트랙백 기능은 단순히 타인이 만든 컨텐츠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의견이나 정보, 감상을 덧붙임으로써 더 알차고 풍성한 컨텐츠가 되는 순기능을 가집니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한 설명입니다.
여러분의 블로그 리퍼러를 한번 살펴보세요. 아마 깜짝 놀라는 분도 계실 겁니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관찰당하고 있으니까요. 블로그가 열린 공간이라는 사실은 때로 섬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어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로서, 위험해 보일 수도 있는 상황 또한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았을 때 제가 창조한 컨텐츠는 제가 제한하지 않은 익명의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 있고 또한 그 컨텐츠가 생산적으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순진할 정도로 낙관적인 생각이지요. 하지만 제가 평탄하게 블로그를 운영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닙니다. 스팸에 가까운 덧 글도 많이 보았으며 엉뚱한 트랙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 블로그의 글과 이미지 전체가 다른 곳으로 무단으로 복사되어가거나 무례한 메일을 받는 일을 겪기도 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게 있어 방문객을 통제할 수 없는 블로그는 위험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니 적어도 저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인적 없는 대나무 숲에서 소리 지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내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고 반응해주기를 바랍니다. 블로그는 이러한 말하기 본능을 훌륭히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단순한 감정의 배설에 그칠 수 있는 낙서를 좀 더 책임감 있는 언사로 바꾸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우물거리며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칠 수 있는 이야기도 다른 분들의 비판과 비난, 충고를 통해 성숙하게 변할 수 있고 혼자만의 취향이라 생각했던 취미 생활의 동지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전보다 더 쉽고 빠르게요.
각자의 블로그에서 여러분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개인적인 방식으로 풀고 계실 겁니다. 그 공간이 개인의 놀이터이든, 연습장이든, 학습의 장이든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문은 열어두세요. 블로그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은 개방성이니까요. 블로거들이 어느 날 깃발을 들고 만든 모토가 아닙니다. 블로그의 형태 자체가 그것을 유도하고 않습니까? 이야기와 감상, 생각과 사상 즉 블로그에 담기는 ‘내용’은 다른 이들에게 덧 글과 트랙백으로 덧붙여지고 반박됨으로써 수정되거나 발전할 겁니다. 1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한 저의 이야기가 변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건 저 뿐만 아니라, 기존의 홈페이지나 웹 커뮤니티가 아닌 블로그라는 그릇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겠지요. 이건 꽤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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