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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 만난 ‘너’ 

'나'는 아르

_진부한 이야기

블로그라는 매체의 파급력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블로그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우물 밖의 세상을 알게 되었고, 그 매개로서의 블로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웹로그(WeBlog) 내지는 블로그(Blog)라는 단어로 묶인 세계는 예상보다 훨씬 크고 역동적이었다.

한바탕 광풍이 몰아치듯 블로그와 블로거의 정의에 대한 논박이 이어졌다. ‘블로거라면 무릇 이런저런 성향을 띄어야 한다’, ‘블로그란 모름지기 이런 기능을 갖춰야한다’ 하는 식의 포스트들이 주기적으로 메타사이트를 통해 충돌하며 정답을 모색했다. 지금도 잊혀질 만 하면 그 당시의 추억을 기리는 비슷한 논란이 불거지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답’을 움켜쥐는 데 성공한 이는 하나도 없는 듯하다.

툭탁거리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나니, 남는 것은 각자 자기 나름의 해답뿐이었다. 서로의 의견에서 취할 바는 취하고 버릴 바는 버리며 자기의 방식을 일궈 나갔던 것이다. 나 또한 나름의 답을 구했다. 블로그는 결국 도구일 뿐이라는 간단한 사실이었다.

_석공의 망치와 정

블로그는 도구다. 돌장이의 망치와 정과 같은 것이다.

도구는 그것을 이용하는 이를 위해 존재한다. 도구는 스스로의 의지를 비운 채 사람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망치와 정은 그 주인이 석가탑을 깎아낸 아사달이 될 지 아니면 피에타를 조각한 미켈란젤로가 될 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저 오롯이 자신을 넘기며 그와 함께 자유를 건넨다.

블로그는 바로 그러한 도구다. 사용자로 하여금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열린 도구다. 이 도구의 용법은 매우 간단하여, 그 설명서에는 단 한 줄의 문장만이 만국의 언어로 쓰여 있을 뿐이다. “당신이 욕망하는 바로 그 방향으로 사용하십시오.” 나머지 언어들은 대충 생략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_도구의 특징

스스로의 용법을 주장하지 않는 도구라 할지라도 나름의 특징은 있다. 망치는 무겁고 정은 필요한 만큼 날카롭다. 망치는 그 무게로 말미암은 힘을 이용하기에 용이하고, 정은 그 날카로움으로 인해 힘을 집중시키는 데 적합하다. 커다란 욕구의 그늘 때문에 도구의 특징이 가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라면 도구의 특징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 도구의 특징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차라리 다른 도구를 찾는다. 그런 게 물과 같은 자연스러움이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기술의 흐름 속에 한 범위로 존재하기에 필연적으로 모호함을 띈다 할지라도, 블로그라는 도구의 특징을 생각하자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노출지향의 구조를 가지는 특징, 네트워크란 그물을 강화하는 특징, 그리고 컨텐츠를 중심에서 최우선으로 배치하는 특징 정도가 꼽힌다. 그 중에서 컨텐츠를 최대한 중점에 놓는 구조적인 특징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부분이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의미 있는 소통에 다가가고 싶었다.

_또 다른 공간의 ‘나’

개별 포스트에 해당하는 각각의 컨텐츠를 전체의 중심에 두는 구조는 인터넷상에 자신의 ‘공간’을 형성하는 것을 넘어 ‘나’를 적극적으로 직조하게 한다. 계속해서 추가되는 다음 내용들은 시간적 순서 이외의 특정한 차별 없이 각각의 조각으로서 블로그에 쌓인다. 하나의 내용에는 그것을 작성한 이의 하나의 생각이, 감정이, 상상이, 행동이 담기게 된다. 그러한 ‘나’의 조각들이 하나같이 ‘중심’으로서 동등하게 전달되는 과정 속에서 ‘나’라는 그물은 점차 세밀하게 짜여져 간다.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 동등한 위상에서 배치된다는 점과, 각각이 하나같이 중심으로 위치된다는 점이 중요한 것은 실제의 ‘나’를 구성하는 조각들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는 동등하고 어지러운 조각들이 그물처럼 짜여진 가운데 그 이어짐 속의 맥락으로 존재한다. 그것을 인터넷이란 또 다른 공간으로 전이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블로그라는 도구였다.

_‘나’와 ‘너’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블로그를 통해 또 다른 공간에서의 ‘나’를 구현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나’를 확립한 다음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블로그를 통해 이 공간에서의 ‘나’들을 구현하고 있었다. 그 구현 방식은 나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모두가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형성해 왔고, 계속해서 형성해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함께’라는 사실은 적지 않은 기쁨이었다. 사람은 원래 고독하기에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에 기뻐하기 마련이지만, 이는 그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그 한 순간의 예지에 대한 앞선 감정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말이다.

기쁨의 감정을 느꼈던 그 한 순간이 영민한 예지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여겨지는 것은 다름 아닌 ‘너’와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너’ 또한 이 ‘또 다른 공간’으로 자기만의 흐름을 타고 전이되고 있었다. 끊임없이 ‘나’를 형성해 가며, 그 과정에서 문득 자기가 아닌 또 다른 ‘나’, 즉, ‘너’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그 순간이 나에게 왔던 것이다.

‘너’를 만난 ‘나’는, 그리고 ‘나’를 만난 ‘너’는 서로의 전이된 ‘나’를 향한 소통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 전이된 ‘나’를 넘어 원래의 ‘나’를 넘나드는 소통으로 발전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것은 인터넷 공간에 형성된 ‘나’는 오프라인에 앉아 있는 ‘나’와 같을 수 없다는 점이다. 동시에, 오프라인의 ‘나’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조각들이 블로그를 통해 전이되고 형성된 ‘나’ 속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새로운 발견을 경험하게 된다.

내면보다는 외부를 향해 달려 있는 눈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를 ‘너’와의 만남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리고 ‘너’의 자기 발견을 돕는 ‘나’가 있다. 그 와중에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발화하는 새로운 ‘너’와 ‘나’의 조각들이 또 있기도 하다. 이 모든 흐름 속에서 ‘나’와 ‘너’의 관계가 자라나 ‘나’의 삶을 채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이런 식으로 ‘나’의 재발견을 이끌고 삶을 채우는 만큼 ‘너’의 삶에도 가볍지 않은 의미가 되리라 믿을 수 있다. 이러한 관계가 내가 블로그를 통해 얻어낸 ‘나’와 ‘너’의 관계다.

블로그라는 도구를 매개로 소통을 시작한지 2년여, 절대로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동시에 절대로 적다고도 할 수 없는 ‘너’를 만났다. 그게 기쁘다.

아르님 블로그 바로가기
by 블로그 | 2005/08/08 14:39 | 블로그 에세이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astraea at 2005/08/08 22:27
아르님이시닷...^_^
Commented by litconan at 2005/08/08 23:53
블로그계의 미소년 아르님! 한 턱 기대할께요 :)
Commented by 그린애플 at 2005/08/10 00:50
사진이 많지 않다!
쳇 -ㅅ- 아쉽잖아
Commented by Layner at 2005/08/10 21:53
'Layner'와 '나'는 서로 소통하며 합의 존재를 만들어간다. :D
Commented by 미나무 at 2005/08/11 21:33
아르 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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