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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동기로 시작했던 블로그와의 인연 

zodiac47 / Web Planner, Net Diver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운 것 같다. 100년만의 무더위는 없다고 하지만, 작년에는 더위로 이렇게까지 고생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남들보다 땀도 많이 흘리는 편인데다가, 최근에는 일이 많아서 더 기운이 빠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2003년도에 link님의 압구정동 사무실에서 모였었던 블로거 모임이었다. 2003년 7월, korea.internet.com 주최로 열린 블로그 컨퍼런스에는 그 당시 블로그 열풍을 반영이라도 하듯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정작 블로거들은 그 컨퍼런스의 내용에 만족할 수 없었다. 좋아, 그럼 블로거들끼리 모여서 컨퍼런스를 열어보자! 라고 해서 준비모임 형식으로 모였던 10여명의 블로거는, 블로그는 무엇이고 현재의 블로그 열풍 속에서 블로거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했었다. 그 때 블로그에 대한 열기는 지금의 날씨보다 더 뜨거웠던 것 같은데.

그 때 개설된 웹로그 포럼은 계속적인 토론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 후 몇몇 블로거들이 다시 모여서 블로거들이 진행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가지자고 이야기했었고, 그렇게 2003년 말에는 블로기어워즈라는 행사를 치러냈었다.

2002년과 2003년, 블로그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오픈 하던 그 시기에 나 역시 가장 활발한 블로그 관련 활동을 했었던 것 같다. 국내에서 블로그란 것이 막 퍼지기 시작하던 때였고, 2003년 상반기에만 한 달에 하나 꼴로 서비스가 오픈 했었다. 그 중에는 내가 기획에 참여한 이글루스 서비스도 있었고, 2003년 말에 있었던 블로기어워즈에는 스탭으로 활동하기도 했었으니까.

고백을 하는 심정으로 솔직히 얘기하자면, 내가 처음 블로그에 관심을 가지고 블로깅을 시작했던 이유는 사업적인 아이템으로서 검토를 위해서였다. 블로그를 통해 나의 생각을 펼치고 일상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이게 과연 온라인에서 성공 가능한 서비스 모델인가?" 를 머리속으로 열심히 계산했던 것이다. 아아, 이런 순수하지 못한 마인드라니-

그렇게 불순한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와의 인연이 벌써 3년째이다. 지금은 2002년이나 2003년과 같은 모임이나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블로거들이 진행하는 행사의 참여에도 소극적인 편이지만, 여전히 블로깅을 하고 있고 블로그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가끔은 내가 블로그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블로그를 열심히 쓰고 있었을까… 라고 생각해 보곤 한다. 글쎄, 어쩌면 보다 전문적인 내용이나 내가 좋아하는 만화에 관련된 블로그를 개설하고 운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3년 동안 블로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블로깅을 했어도 아직까지 블로그가 가진 역할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확실히 이야기하기가 꺼려진다. 계속 변하는 것이 블로그이고,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계속 다듬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한가지 요즘 들어 블로그에 대해 느끼는 것은 있다. 블로그가 곧 사람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블로고스피어라면, 현실세계에서의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듯 온라인에서도 블로그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당연한 얘기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온라인에서의 블로그의 다양성은 현실세계에서 인간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 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도 가끔 이슈화 되는 블로그에 관한 많은 논쟁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생각된다. 물론 현실세계와 온라인은 환경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함에 있어서도 똑같은 룰을 적용할 수는 없긴 하지만.

가끔 블로그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나 어떤 방식에 대해 매우 강도높게 주장하는 글들을 만나곤 한다. 물론 블로그는 개방적인 의사소통의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꼭 닫아놓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블로깅을 하는 사람을 블로거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상처받고, 다른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틀림없이 있는 법이니까. 그것을 "블로거라면..."이라는 규격으로 맞추기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방식. 이만큼 다양한 현실세계의 인간들이 각각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도록 만든 도구는 이제껏 없었다. 블로그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 유일한 도구라면, 기존 온라인 게시판에서 적용했던 구시대의 룰을 블로그에서 적용하려고 하는 노력은 정말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반드시 그 블로거의 내용적인 부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방법과 블로그를 통해 개인적으로 가지는 가치 등 모든 것들에 있어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블로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zodiac47님 블로그 바로가기
by 블로그 | 2005/08/16 13:17 | 블로그 에세이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블루 at 2005/08/16 13:46
오오 이런 진지한 글이라니... +_+
Commented by jely at 2005/08/16 13:55
오랜만에 친정에 오신거 환영해요~~ :-)
Commented by zodiac47 at 2005/08/16 14:25
블루//전 항상 진지해요~
젤리//네, 마음의 고향 이글루스...( __)
Commented by 1mokiss at 2005/08/16 14:53
오호호, 조디!!! 잘 지내시오?
Commented by museinme at 2005/08/16 21:23
진지하지만 동감되는 글이네요-
Commented by MAGO at 2005/08/17 10:23
와 정말 오랫만이예요. ;ㅁ;
Commented by 팟찌 at 2005/08/18 12:44
고운 피부는 여전하신듯....^^
Commented by 이즌 at 2005/08/19 21:55
살포시 얼굴에 얹은 손의 자태가 참 곱네요-
역시, 조디는 여성성이 강해!

글은, 잘 읽었습니다- 유식한 조디!
Commented by 찰리 at 2005/08/19 23:44
'블로거라면..'에서도.'싸나이라면..'에서만큼이나 라면스러운 태도가 느껴져요. 진짜 블로거라면 다양성부터 인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명랑기획자 at 2005/08/22 10:51
사람들이 자신을 보다 더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블로그의 목표가 되어야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업체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거 같아요~ ^^
Commented by 江湖人 at 2005/08/24 15:22
음...제가 사용하고 있는 스킨의 원작자 님이신군요.
감사히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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