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무규칙이종 문화폭식가 겸 공연기획자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저 홈페이지의 다음 단계이겠거니 여겼었다. 달라봤자 뭐가 그리 다르겠어? 볼록 TV가 평면 TV로 발전한 그 정도의 변화 아니겠어?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블로그란 녀석은 친구와 공유하는 웹 일기장 정도의 의미를 가졌던 개인 홈페이지와는 비슷해보이나 전혀 다른 녀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블로그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일상의 단서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엮게 되었으며,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저만치 묻어놨던 것들을 풀어놓고 두근두근 기다린다. 그리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혹은 이렇게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구나 실감하며 속으로 감탄한다. 이미 십년 전에 내버렸다고 생각했던 글쟁이의 꿈을 슬며시 되돌린 것도 어쩌면 블로그의 힘.
그저 내뱉고 사라지는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라는 사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블로그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이다. 은밀한 욕망을 고백하자. 덧글이 하나 달리고 트랙백이 하나 달릴 때마다 작은 짜릿함이 손끝을 지나간다. 누군가 귀 기울여주고 거기에 답을 한다. 인정받고 싶은 원초적인 욕구와 커뮤니케이션의 욕망은 트랙백을 타고 충족되어진다.
이 블로그 욕망의 세계는 마치 엘리베이터의 양쪽에 붙어있는 거울과도 같다. 진짜 나를 반영하는 자신의 블로그가 한쪽 거울이라면, 그것의 상을 다시 맺는 것이 트랙백과 덧글로 이어지는 다른이의 블로그. 서로가 서로를 비추고 있다. 계속되는 커뮤니케이션은 한정된 공간의 엘리베이터에서도 끝없는 상을 만들어내어 욕망을 충족시킨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물론, 그것에 너무 몰두하면 엘리베이터에 갇혀 위험해지기도 하지만.
자, 이상이 블로그가 내 마음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그림이라면 일상을 변화시키는 블로그의 힘은 조금 더 따뜻하다.
작년에 본 기억에 남는 강렬한 영화 중에 ‘바이브레이터’ 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 트럭 운전사인 남자 주인공은 길 위의 사람. 아무도 없는 밤의 고속도로가 눈 앞에 드리우면 트럭 운전사들은 아마추어 무선통신으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하며 웃음을 나눈다. 이 어두운 길 위를 달리는 것이 나뿐만은 아니라는 것이 무엇보다 위로가 된다고 그는 나직하게 이야기한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후에,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내가 하고있는 이 ‘블로그질’ 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아. CQCQ 여기는 니야. 여기는 니야. 오늘 우연히 햄버거를 흘리지 않고 잘도 먹는 예쁜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말을 걸었어요. 비법을 훔쳐들으려구요. 지지지직-‘
‘아아. CQCQ 여기는 이글루. 나도 그게 진짜 궁금했다구요. 비법이 뭐랍디까? 아 그리고 덧붙여 경부 고속도로상의 XX 휴게소 햄버거는 진짜 맛없으니 참고해요.’
비록 나, 여기 길위에 아무도 안보일지라도 실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도로를 함께 달리고 있으니 졸지말고 힘을 내야지. 헤트라이트가 그리는 불빛으로 도로 위에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으리라는 믿음은 따뜻하게 시린 발을 덮어준다.
검은 밤의 별처럼 수많은 블로거들이 있다. 그리고 그 블로거의 수만큼 빛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트랙백을 타고 선을 그려 별자리를 만든다. 아름다운 네트워크.
진정으로 빛나기를, 디지털 시대의 구전동화가 되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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