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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괴담 4 : 목소리> - 진짜 무서운 건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웹 2.0 전도사"

"내 목소리 들려요?"
"제 목소리는요?"
"나는?"
"제 목소리 예쁘죠? 히히."
"나는 목소리가 좀 덜 허스키했었으면 해."
"정말 아무도 못 듣고 있나요?"
"난 귀청 떨어지게 큰 내 목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분명 모두에게 목소리가 있었다. 아무리 고요한 곳이라도, 아니면 아무리 시끌벅적한 곳에서도 목소리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우리는 같은 목소리에 길들어져 있었다. 그 목소리는 깔끔하고 아름답게 포장되고 가장 듣기 좋고 가장 반듯하고 또박또박하면서도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그런 최고의 목소리였었다. 어느 누가 말해도 결국에는 우리에게 같은 목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제 목소리 들려요?"
"예, 아주 잘 들려요. 근데 누구신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아까 그 전 분이랑 목소리가 똑같아서요."
"아, 아닌데. 아까 걔는 남자고 저는 여자에요."
"몰라요, 다 똑같이 들려요. 참고로 그 전전분도 목소리가 같았었네요."

누군가 목소리를 찾길 원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이나 최적의 생산성에 관한 것, 짜증, 심지어는 사회에 대한 반발도 아니었다. 그냥, 단순히 우리 엄마가 나와 내 동생 목소리도 분간 못한다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전에 쓰던 전화기에 대고 얘기하기를 멈췄다. 누가 들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내 방에서 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리 멀지 않으니 나인 걸 아실거야. 내 목소리를 듣고 나인줄 아실거야. 더 이상 헷갈리지 않으실 거야. 딴 사람이 들으면 들으라지. 일단 엄마만이라도 내 목소리를 들으셨으면 해.

기대했던 것처럼 엄마는 내 목소리를 들으셨다. 그리고 내 동생 목소리도 들었다. 이윽고 아버지, 경비 아저씨, 옆집 아이들, 그리고 심지어는 길거리를 지나가던 자전거 탄 학생도 내 목소리를 듣고 찾아왔다. 그리고 나한테 말을 걸었다. 내 목소리를 들으니까 이제야 사람다워 보인다고.

이제야 사람다워 보인다고.

정신을 차리고 잠시 둘러보고 난 후에야 주위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있었다. 분명 목소리다. 이건 선영이 목소리야. 저건 선생님 목소리야. 앗! 저건 연예인 목소리네. 으아.. 쟤 목소리는 정말 짜증난다. 좀 조용하면 안 될까? 고요한 적막을 깨고 목소리의 홍수가 밀려왔다. 분명 전에 익숙하던 그 최고의 목소리는 아직도 최고의 목소리다. 정말 미성이고 발음도 좋고, 말도 정말 잘 하고. 근데 어쩌지? 난 우리 엄마랑 아빠 목소리가 제일 좋은데. 음 내 생각에는 가끔은 우리 교수님 목소리도 사실은 더 좋은 것 같아. 쟤는 영어로 모라고 지껄이는데도 왠지 끌리는 것 알아? 몰랐는데,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구나.

이렇게 우리는 모두 블로깅을 시작했다.

*********

웹상에서 나는 Web 2.0을 외치는 목소리가 되고 싶었다. 처음 내 목소리를 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모냐?"라던지 그냥 무시함으로써 내 목소리에 반응했다. 주위에 친한 사람들은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태우야 힘내!" 또는 별 말 없이 스마일 페이스 답글로 나를 찾아줬다. 당연하지. 그리 아름다운 목소리도 아닌데. 그래도 계속 외쳐댔다. 외쳐대면서 점점 더 목소리를 예쁘게 만드는 방법도 조금씩 배우고, 듣는 방법도 훈련받았다. 심지어는 듣기 싫은 말을 듣는 방법도 조금씩 익혀갔다. 더 작은 목소리로 더 멀리 가는 발성법을 배우고 필요할 때는 배에 힘주고 복식호흡으로 성량 최대치까지 지르는 방법도 시도해 봤다. 지나가던 사람 한둘이 "이 놈 생각보다 재밌는 놈이네"하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하나둘이 셋넷이 되고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자 다른 사람들도 길거리에 구경거리가 있는가 하며 들려가기 시작했다. 말을 거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그들의 말이 너무나 재밌었어 혼자 외치던 나는 이제 전보다는 듣는 것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가고 있다.

*********

태우's log를 통해서 듣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얼굴을 보면서 들을 때의 쾌감을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전혀 다른 어투와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얼굴 표정 하나하나. 닉네임으로 만나던 블로거들을 실명으로 부르면서 그들의 가정, 직업, 종교, 취미에 대해서 배워가는 것은 블로그를 시작하던 일년전에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답글과 댓글, 트랙백으로 연결되었던 우리들은 인연이라는 훨씬 더 굵은 끈으로 얽혀지게 된 것이다.

*********

목소리는 대화를 만들었고 대화는 정보를 흐르게 하고 대화 속의 정보는 대화에 참여하고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지식으로 남게 된다. 국내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기만 했던 Web 2.0 이라는 것은 그렇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공부하는 사람들,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자기네들끼리 의견차이로 싸우는 사람들, 자기도 Web 2.0 전도사가 된다고 선포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목소리 속에 배움이 녹아나고 있다. 물론 이렇게 Web 2.0이 소개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원칙을 세우고 충실하도록 노력했다. 굳이 몇가지를 나열해 보자면,
- 태우's log의 대한 비전을 세우고 Web 2.0 이라는 좁은 분야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깊이 들어가도록 노력한다.
- 이 분야들은 아직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에 해외에 있는 자료들을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하여 내가 먼저 익힌다.
-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보다는 정보를 생성하는 블로거가 된다.
- 그러기 위해서는 각 글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준비된 글만 만들어 내도록 노력한다.
- 내 목소리가 더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듣는 사람을 고려하여 가능한한 많은 예제와 비유를 사용한다.
- 나의 물리적인 진짜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파드캐스팅을 한다.
-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현실을 비판하기 보다는 미래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로그를 의무가 아닌 열정으로 운영한다.

다른 원칙으로 블로그를 운영했으면 더 많거나 적은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들었을런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지금은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도 고집스레 이어나갈 예정이다.

*********

거창한 것 같지만, 아직도 블로그라는 것에 대해서 딱 잡아서 정의를 내리기는 내가 너무나 어리다. 그래서 본래 할말 없는 놈이 말이 많다고 오늘 글도 너무나 길어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태우's log를 일년동안 운영하면서 배운 것은 블로그 안에는 블로거가 있고, 블로거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그 목소리로 인해 우리는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혹시 블로그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멋진 것을 아는 분들이 있으시면 지금 당장 초대한다. 목소리 내기가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면, 듣기는 굶주린 배를 수랏상으로 가득 채우는 행복한 일과도 같기 때문이다.

태우님 블로그 바로가기
by 블로그 | 2005/09/05 14:14 | 블로그 에세이 | 트랙백(2) | 핑백(1) | 덧글(7)
Tracked from 마리의 수첩 at 2005/09/19 16:03

제목 : ^^
<블로그괴담 4 : 목소리> - 진짜 무서운 건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more

Tracked from 통코의 혼자놀기 at 2005/10/21 14:41

제목 : 블로그 괴담
나도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 그럴려면 고민이 있어야하고 그 이전에 열정이 있어야 하겠지... 다시 한번 나를 채찍질 해본다......more

Linked at 모든사람꺼 : 태우’s Com.. at 2009/11/28 13:10

... 고 결국에는 P2P웹이 되었더라대화 네트워크&lt; 블로그괴담 4:목소리&gt; - “진짜 무서운 건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 블로그를 방 ... more

Commented by soda at 2005/09/06 09:34
스마일 표시 찔린당. ^^
Commented by jely at 2005/09/06 10:27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태우님 블로그에는 정말 태우님 목소리가 있네요. :)
Commented by 한날 at 2005/09/06 10:57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D 그나저나 글에 태우님 특유의 타이밍에 등장하는 문자표정(^^ 같은 거)이 없으니 영 허전한걸요? 핫핫.
Commented by 넷루시퍼 at 2005/09/06 13:23
글 잘 읽었습니다. 태우님 처럼 저도 열정을 가지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어 보고 싶군요 ^^
Commented by wjsghdbs at 2005/09/06 18:39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다른사람에게 잘 들리는 목소리를 가졌으면;;
Commented by 세냔카 at 2005/09/07 10:49
'ㄷ'
Commented by 태우 at 2005/09/09 02:22
모두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닷! 제가 그동안 넘 정신이 없다보니 이제야 답글을 달게 되었어요.. ㅜㅠ

soda님// 형 없었으면, 제가 여기까지 왔었을까요? 감사합니다. (_ _)
jely님// 정말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이제는 미성 만들기 연습이랍니다. ㅋ
한날님// ㅎㅎㅎㅎ *^^* ㅋㅋ (^ ^)V
이런 것들 글 써놓고 다 삭제하고 심각한 척 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ㅋ-
넷루시퍼님// 말씀 감사합니다. 힘이 되었어요!
세냔카님// 죄송한데요, 혹시 'ㄷ' 는 사람 얼굴인가요? 제가 좀 느려서.. ^^a 하여튼 방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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