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백수를 희망하는 편의점 전문가 채다인님
예전부터 방 하나를 갖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 동안 모아온 자료들이나 이런 저런 잡동사니들을 보관할 수 잇는 작은 방을요. 우연히 만난 후배에게 제 방이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니 이글루스라는 연립주택을 하나 소개해 주더군요. 처음에 이글루스 한 켠에 제 방이 생겼을 때에는 어떻게 방을 꾸며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아서 갈팡질팡한 기억이 납니다.
저는 무언가를 쌓아놓는 걸 좋아합니다.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분류하기보다는 두서없이 쌓아두고서 두고두고 보는 성격이죠. 그런 성격 때문인지 만들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의 제 방은 관심 있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툭툭 던져놓는 빈 창고 같은 장소였습니다. 사실, 저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에는 아무 상관이 없었답니다. 가구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건 선반에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이 약간 내려앉아 있건 뭐 어떻겠습니까. 지저분하긴 하지만 사는데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고,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요.
시간이 흐르면서 제 작은 방에 소문을 들은 이웃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고 저는 슬슬 좁고 지저분한 방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방안을 청소했고, 방안에 널려 있는 자료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방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즐겁게 방을 구경하고 갈 수 있을 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지저분한 창고는 어느새 깔끔한 방으로 변해 갔습니다.
제 방에 방문해 준 많은 분들이 제가 꾸민 방을 보고 즐거워하며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제 방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습니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만을 늘어놓으시는 분들, 다짜고짜 화를 내시는 분들, 제 방에 있는 가구들을 몰래 가져가시려는 분들, 창문에 돌을 던져 놓고 도망가는 분들, 그 중에는 화를 내고는 다시는 제 방에 찾아오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가끔은 예전처럼 좁고 칙칙한 방에 혼자서 틀어박혀 있는 편이, 아니면 처음부터 아예 방 같은 건 만들지 않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제 방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제 방에 대해서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저한테 말을 해 주세요. 남의 방에 돌을 던지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을 해 보세요. 제발 부탁이니 가구를 가져가실 때에는 가져가신다고 말을 좀 해 주세요.
방 주인의 기분을 생각해 주는 방문객 분들에게 제 방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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