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칼럼니스트
얼마 전에 서머셋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를 펼쳐 다시 보았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 필립은 열정적으로 그림 공부에 빠져 있었답니다. 어느 날 자신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던 필립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푸아네 교수님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릴만한 타고난 재주가 있는지요?’ 타고난 재주가 없다면 가난한 자신이 더 이상 그림 공부를 하느라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다른 일로 옮기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거죠. 푸아네 교수는 필립에게 ’어느 정도 손재주는 있지만,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단호하면서도 신랄한 평을 해줍니다. 결국 세상에 나가 다른 행운을 찾아보라는 푸아네 교수의 조언에 따라 필립은 이후 그림을 그리는 일을 포기하고, 의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의 행로를 걷게 됩니다.
아주아주 우연하게도 나는 지금 필립과는 정 반대의 경우에 서게 된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만난 사람은 신랄하고도 단호한 푸아네 교수가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어느 날 누군가 내 어깨를 따뜻하게 다독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숨겨진 재능을 펼쳐보세요.”
그의 이름은 바로 ‘블로그 씨’. 나는 그의 조언에 따라 이전에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요리를 하고, 요리와 문화를 접목시킨 ‘컬처 레시피’를 쓰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주던 나의 블로그를 나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계속 ‘요리 전문 블로그’로 만들어 나가는 중입니다.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블로거들과 블로그 씨는 나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나를 언제나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은 ‘컬처 레시피’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게 해 주는 것은 바로 그들의 응원 덕택입니다.
나에게 있어서 블로그는 바로 그런 곳이 되었습니다.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나의 숨겨진 욕망과 재능을 찾아내 보여줄 수 있는 곳. 나는 여기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었던 겁니다. 나는 어느 정도의 손재주를 가지고 있을 뿐 타고난 재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내 블로그는 계속 여전히 ‘나 자신’을 실험 중인 상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록 내가 작은 손재주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랄하고 냉정하게 말해주는 푸아네 씨의 조언을 들었다면 나는 아마 몹시 슬퍼지고 의기소침해 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재능이라도 그것을 아껴주고 소중하게 읽어주는 소수의 독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것은 타고난 이들이 보여주는 천재성이 아님을 알지만, 미지의 재능을 발견한 기쁨과 또한 그것을 함께 나눌만한 수준 높은 블로거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즐거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 현재의 자신 이외에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자 한다면, 블로그 씨는 나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또 그렇게 조용히 당신의 귓가에 속삭일 것입니다.
‘당신의 재능을 펼쳐 보세요. 그것이 작은 것이건 혹은 커다란 것이건 상관없이..’
블로그는 이제껏 발견하지 못한 누군가의 또 다른 재능을 찾아줄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낸 다른 블로거에게도 내가 받은 만큼 기꺼이 따뜻한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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