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탐정 제닉스
컴퓨터 사운드 카드를 나누는 기준에는 두 종류가 있다. 풀 듀플렉스인가, 하프 듀플렉스 인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뭔가 상당히 어려운 단어 같지만 풀 듀플렉스란 '전이중 방식'이라고 하여 송신과 수신이 동시에 가능한 사운드 카드를 말한다. 물론 하프 듀플렉스는 송신시에는 수신할 수 없고 수신시에는 송신할 수 없는 종류이다. 전화와 무전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소위 'Net'상의 커뮤니티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또 발전하고 있다. 내가 'Net'을 처음 접한 VT 방식의 PC 통신 시절의 파란 화면 속 '동호회'에서 시작해서 개인화된 인터넷 홈페이지로 발전했고, 그게 다시 대형 포털의 '커뮤니티 서비스(카페등)'로 발전했으며 그게 다시 '블로그'라는 매체로 발전한 상태이다.
내가 정리한 이런 발전사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왜 개인 홈페이지가 커뮤니티고, 블로그가 커뮤니티냐고 되묻는 분도 계실 테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블로그라는 공간은 옛날 PC 통신의 동호회가 그랬던 것처럼. 대형 포털의 커뮤니티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라는 매체의 등장의 가장 큰 의미는 '편의성 증대'라고들 말한다. PC 통신 시절의 동호회를 만들던 과정,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려 (배너가 없는) 20MB짜리 CGI 가 지원되는 무료 계정을 찾아 직접 코딩을 하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편의성의 향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블로그의 등장의 의미는 편의성 증대만이 아니다.
블로그의 등장은 정보 흐름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최초의 풀 듀플렉스 커뮤니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운영자'와 '방문자'가 확실히 갈라지는, 일방적인 정보 송신과 일방적인 정보 수신만이 이루어지던 기존 방식의 커뮤니티와는 달리 블로그는 양방향 정보 제공이 이루어진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운영자', 방문하는 사람은 '방문자' 가 아닌,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블로거'요, 방문하는 사람도 '블로거'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의 포스트에 대한 간섭이 좀 더 적극적이며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하기도 하고, 트랙백 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관련된 정보를 더 제공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무전기를 들고 "정보다 오버". "알았다 오버"하던 것이 이제는 전화기를 들고 정보에 대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정보의 다양화에 있다. 옛날 전화기가 없고 무전기만이 존재하던 시절 무전기의 이용은 특정 분야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쪽이 말할 때 한쪽은 들어야 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원거리 통신을 할 수밖에 없는 분야. 즉, 어느 정도의 효용가치가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동호회와 홈페이지만이 방문자들의 꾸준한 방문을 얻으며 살아남았다.
하지만, 전화기의 등장 이후 개인적인 용도의 사용이 늘어나고 현재는 휴대전화가 없어서는 안 될 개인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커뮤니케이션의 편의성의 증대와 노출 빈도 상승으로 인해 정보의 폭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 예를 들어, 과거엔 개인 일기나 심리상태를 적기 위해서 유료 호스팅을 얻고 힘들게 코딩하여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 블로그를 돌아보면 그런 부류의 블로그가 상당히 많이 눈에 띈다. 어떤 이는 '이런 내용은 정보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모르고 하는 얘기다.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그것은 모두 '정보'이고, 그런 심리상태 역시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성이 존재한다면 그(혹은 그녀)에겐 무엇보다 대단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이렇게, 블로그의 등장은 관심 있는 사람의 오늘 하루 일과나 짝사랑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Net' 상에서 얻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정보의 다양화를 가져온 것이다.
무전기가 전화기로 발전했던 것처럼, 전화기가 무선 전화로 휴대전화기로 발전했던 것처럼 블로그 역시 어떤 형태로든 발전하겠지만 블로그는 '최초의 전화기' 내지는 '최초의 인터넷'만큼이나 획기적인 발명품이며, 한동안은 우리의 인터넷 생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매체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건축에 이용되는 다이너마이트와 테러에 이용되는 다이너 마이트, 주방에서 요리에 이용되는 칼과 범죄에 이용되는 칼 등, 어떠한 물건이든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물건의 인식과 용도가 달라지게 마련이고 이런 대단하고 새로운 매체인 블로그를 비교적 초기에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블로깅 패턴은 앞으로 블로그를 접할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블로그로부터 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블로깅에 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제닉스님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