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는 직장인, 렉스
한국블로그문화창달조달아달달협회(가칭) 산하 블로그 '렉시즘'에선 블로그를 접하는 네티즌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블로그를 굴리며 함께 하는 락 음반 5선'을 발표했다. 이에 이글루스에 그 초고를 공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자리를 마련해주신 몇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드림 시어터 [Images And Words]그렇다. 일단은 '이미지냐 언어냐.' 당신의 블로그를 구성할 구성물들은 어떤 것이 주요한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언어의 굳건한 힘을 믿는 이들은 폰트체와 문단 나누기의 건축법으로 직조된 블로그를 가지게 될 것이며, 이미지 하나의 환기로 사람들의 뇌에 신선함을 선사할 이들은 그 나름의 블로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택하기에 따라 그 둘의 요소를 혼용하는 이들도 있으며, 블로그 전체의 운영 보다는 포스트 하나하나의 성격에 따라 그들은 구성물들의 비율을 절묘하게 맞출 것이다.
어쩌겠는가. 당신이 작성한 하나의 신규 포스트는 등록 즉시 바로 당신 블로그의 대문으로 턱하니 차지해 버린다. 당신이 채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이 절묘한 배합의 법칙은 당신 블로그의 성격과 첫인상을 규정짓는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나도 이 참에 한번 스킨 편집을 배워볼까나.
- 건즈 앤 로지스 [Use Your Illusion]바라건대 당신이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공간에 대한 작은 책무감, 운영자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그 작은 책무감은 다름이 아니라 이 공간은 내가 만들고 내가 굴리니 내 무소불위의 권한 안에 있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행위과 파급효과는 상당간 자신과 결부되어 있다는 인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고로 당신, 될 수 있으면 이 공간에서 올려지는 이야기들과 언어는 모쪼록 당신의 것이었음 한다. 말인즉슨 '당신의 환상을 이용하라.' 당신의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 대다수는 바로 당신의 상상력에서 기인한 언어와 이야기들을 확인하러 오는 것이다. 당신의 속사포 같은 천일야화도 환영할 수 있지만, 여의치 않는다면 그림 한장에도 인용한 기사 하나에도 당신의 의견을 보고 싶은 것이다.
당신이 만든 이 작은 공간이 재워놓은 눅눅하고 퀘퀘한 정보들로 - [펌]이란 딱지가 붙은! - 가득한 창고가 아니길 바란다. 당신의 블로그가 타인의 상상력까지 자극시킬 수 있는 멋진 창조의 보고였음 정말 좋겠다.
- 익스트림 [Pornograffitti]주지해야 할 사실은 이곳에서도 불편한 송사가 이래저래 생기게 마련이다. 타인의 블로그를 알아가는 과정은 사실 조심스러운 '관음'도 담보로 하는 것이라 노출과 은닉의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게 마련이다. 그러다 팽팽한 긴장감이 무너지면 간혹 안 좋은 소식도 들리게 마련이다. 하긴 사람 사는 숱한 이야기들이 헐벗은 상태로 노출되면 곱게 보이는 일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지.
우리들의 음습한 욕구를 자극하는 블로그계의 '포르노그래피티'. 그러나 우리들 여기서 잠시 정신을 차리고, 우글거리는 게시판의 악성 덧글 바이러스와 관음에 목 매단 스캐빈져의 움직임을 버리도록 해보자. 당신의 블로그에 설마 고개를 삐그덕 돌려대는 CCTV가 설치되길 바라는 이는 없겠지? 당신의 공간이 온건하길 바라는 것만큼 타인의 공간이 보호 받아야 할 곳이란 사실도 중요한 진리다. 알면서~.
- 포이즌 [Native Tongue]이렇게 운영하다보니 최근 어떤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간혹 둘러다니다 보면 초성체 의성어(?)와 일본어체, 특정 이모티콘에 대한 규제가 심한 곳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 그런 경고문을 맞닥드렸을 때엔 운영자의 소신이 느껴지면서도 다소간 운영자의 탄력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은 가지를 뻗어 어떤 결론을 내게 되었는데, 정작 내가 사용하는 블로그의 언어들이 어느샌가 오염되어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조금 심각한가? 그럼 이렇게 설명해본다. 나는 지금 한 나라의 언중으로서 '모국어'에 대한 예의는 제대로 지키고 있는건가?(이게 더 심각한 어조군!)
그래서 한두번 쯤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키보드를 토닥거리는 순간에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행여 내 배움이 모잘라 부지불식간에 일본어체, 번역체, 외계어 사용으로 인해 보다 빛날 수 있는 내 문장을 퇴색케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들은 이어진다.
- 비틀즈 [White Album]그 모든 고민의 시작은 바로 '하얀' 공란에서부터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글쓰기 페이지 안에 나는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내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을까? 나의 문장은 보다 바른 방향을 향해 뻗어갈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곡해되진 않을까? 에잇.. 이거 쓰면 덧글이 좀 주렁주렁 달릴려나! 하얀 공란이 자아내는 한숨이 오늘 유난히 깊어진다.
그러던 지난 9월 8일의 새벽이었다. 철야의 하룻밤에 메타 블로그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하나둘 올라오던 아이팟 나노 발매 소식에 관한 희열과 복잡함을 담은 포스팅들! 나 역시 미열감이 느껴지며 이내 글쓰기 버튼을 누르며 다다다 쳐가기 시작했었다. 하얀 공란은 이미지와 언어로 뒤덮여가고..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와 사람들의 글을 둘러보는 시간으로 어느새 반나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다. 그 숱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답은 하나였다. 내가 그 하얀 공란을 채우는 본연의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재미에의 동참'이었던 것. 그 어떤 고민에도 유쾌한 답이 될 수 있었던 한가지 원천은 재미였던 것이다. 그 재미를 위해 간혹은 이렇게 고민을 곱씹고 새삼 내 블로깅을 되돌아보게 된다.
덧붙여 : 간혹 너무 힘들때면 그 하얀 공란이 너무 막연해서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모를 순간도 생긴다. 그럴땐 편안히 잠시 쉬어도 좋다. 문만 열면 당신의 피로한 눈두덩을 깨워줄 초겨울 바람과 오늘도 제법 빛나는 햇살이 있잖나. 그렇게 잠시 외도하다 보면 어느새 하얀 공란을 채울 또다른 이야기가 당신 속에 한보따리 가득 채워질 것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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