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커뮤니티 피플링 기획자 인형사
요즘 출근을 할 때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만나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나눠준다. 길거리에서 광고지를 받는 것을 심하게 꺼리는 나는, 항상 그 추위에 파랗게 변한 그 손을 피해다녔다. 아직도 그 내용이 뭔지 모른다. 광고인지, 종교인지, 암웨이와 같은 네트워크 마케팅인지 전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가지는, 그것이 무엇이던, 그 여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에 정말 안타까움을 느낄 거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추운 아침에도 새벽부터 나와 광고지를 나눠주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한번도 그 광고지를 받지 않은 내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나도 그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에 블로그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그러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꼭 블로그를 쓰라고, 아니 몇몇 재미있는 블로그를 읽어보기라도 하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권하게 된다. 블로그가 그들의 인생을 좀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쯤에 모 여대에 가서 웹기획에 대해 간단한 강의를 한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에게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이 있으면 손을 들어 보라고 했더니 거의 드는 사람이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블로거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요즘 문제가 된다는 '취업'을 들먹거리며 블로그를 써 보라고 권했다. “여러분 블로그 열심히 쓰면 취업에 도움이 되니 꼭 블로그를 쓰세요.” 블로그를 쓰는 것이 어떻게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고 학생들은 질문을 했다.
나와 같이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근무를 하는 경우, 신입을 뽑는다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바로 그 사람의 블로그다. 블로그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략 그림이 나온다. 그러나 그런 잣대를 제시해 줄 수 없는 대졸 신입의 경우, 일반적인 근거(대학교 평점, 토플 등등)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자기소개서와 자필 이력서와 같은 일반적인 근거들은 일반적인 회사들을 위한 잣대이다. 그러나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그에 맞게 사람을 평가하는 근거가 필요한데, 블로그는 최고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 앞에 평점 4.5인 사람의 이력서와 멋진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의 이력서, 둘이 있다면 나는 멋진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의 이력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나뿐만이 아닌, 이쪽 분야에서 사람을 구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내용일 것이다.
이렇게 블로그를 쓰는 사람은 분명 그로 인해 어떤 직간접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당장 나도 뜻하지 않게 블로그 에세이를 쓰게 되어 이글루스에서 소정의 문화상품권을 받게 되었다. 이는 내가 블로그를 쓰고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보이는 이득이다. 그러나 블로그를 쓴다는 것은 덕(德)을 쌓는 것과 같아서 지금 당장에 그 혜택이 나에게 돌아오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준다.
실제로 블로그를 쓰면서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은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블로그를 여기저기 살펴보면, 나로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수없이 대단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국회의원과 가수, 영화배우, 유명 감독으로부터 기자, 교수등. 나와는 도저히 어떤 끈도 없는 사람들을, 블로그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그런 사람들이 내가 쓰는 블로그에 와서 글도 남기기도 한다. 블로그는 이렇게 닿을 수 없는 사회의 무수히 많은 부분들을 이어주는 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 ‘몽정기2’의 정초신 감독이 자신의 블로그를 자주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시사회를 한것은 이러한 블로그의 가능성을 이용한 이벤트다. 그 감독과 친한 블로거들은 분명히 그 영화에 대해서 좋은 평을 하게 될 것이며, 그런 평들이 영화의 전체적인 입소문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현재 몽정기2는 예매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고 한다.
나는 분명히 지금의 학연, 지연만큼 블연, 즉 블로그에서 만난 인연도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 믿는다. 얼마 되지 않아 신문에서 ‘한국에서 사라져야 하는 병폐는 학연, 지연, 블연 등이 있다’라는 기사를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블로그가 주는 또하나의 이득은, 블로그에 담겨져 있는 엄청난 정보와 아이디어를 들 수 있다. 블로그 이전에는 어떤 정보를 접하기 위해서는 뉴스래터를 받아 보던가, 아니면 책을 사서 공부를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필요성이 상당히 줄어 들었다. 내가 직접 정보를 얻지 않아도,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보면 여러 다양한 이슈들이 보이게 된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 정보라면, 하나 이상의 블로거가 그 내용을 언급하게 될 것이다. 물론 리더기를 통해 구독하는 블로그들을 다 한번씩 훑어 보는 시간은 예전에 뉴스래터만을 보게 될 때에 비해 많이 늘었다. 그렇지만 같은 시간에 나는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얻게 된다. 예전에 비해 같은 시간 단위 내에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게 되었으며, 이미 다른 사람이 걸러서 준 정보를 받기 때문에 효율성도 상당히 좋아 졌다. 이는 블로그라는 공동체 안에 내가 속해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이러한 혜택은 직접 블로그를 쓰지 않더라도, 그저 여러 블로그를 두루두루 구독하면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주변인들에게 블로그를 권할 때에 당장 쓰는 것을 시작하지 않더라도, 읽기부터 시작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님은 교회를 매주 가는 것보다 성경을 자주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마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블로그를 쓴다는 것은, 정말로 무지하게 힘든 습관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그런 습관을 갖기는 쉽지 않다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 하나의 습관이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갖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 알고 있다. 그럼에도 주변에 아직 블로거들이 많지 않다라는 것은 그러한 효과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교회나 어떤 종교집단의 전도방식은 상당히 효율적이다. 스스로가 우선 확신을 갖게 하고 복음을 주위로 퍼트리도록 권한다. 확신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주변인들에게 전도를 할 수 없지만 스스로가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그들은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자신은 당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지인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래서 자꾸 전도를 하려고 힘쓰는 것이다. 그러한 열정과 확신을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도 좀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들처럼 블로그를 전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좀더 많은 블로그 사용자가 생겼으면 하고, 또 많은 다양한 블로거들을 만났으면 한다. 그럼 지금의 블로그 공동체가 훨씬 더 풍부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우리가 좀더 신경을 쓴다면, 그만큼 더 가까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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